[기사] 부친살해ㆍ돈ㆍ여자→구원… 현대사회의 막장을 관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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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쉬낀하우스 작성일21-10-06 12:06 조회2,734회 댓글0건본문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
12~31일 이해랑예술극장서 공연
6시간 연극무대…실험적 도전
1인5역 정동환 “지루할 틈 없을 것”
“이번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하나의 실험이자 도전입니다. 저희 극단이 20년 동안 계속 지켜온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과 질문이 사교육 열풍과 부동산ㆍ주식 투자 등이 광폭하게 지배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아직도 유효하다는 신념을 무대에서 증명하고 싶습니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호 도스토옙스키(1821∼1881) 최후의 유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장장 6시간짜리 연극으로 만들어 발표하는 극단 피악의 나진환 대표는 이번 작품의 의의를 그렇게 설명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작품으로 오는 12일부터 31일까지 이해랑예술극장(서울 중구 장충동 동국대서울캠퍼스)에서 공연된다.
국내 번역본만 해도 1604쪽(전 3권ㆍ문학동네 2018년)에 달할 정도로 내용이 방대한 원작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각색하고 연출도 맡은 나진환 대표는 2002년 극단 피악을 만든 후 ‘악령’, ‘죄와 벌’, ‘단테 신곡-지옥편’, ‘대심문관과 파우스트’, ‘이방인’ 등을 각색ㆍ연출해 무대에 올려 고전의 무대화에 이상적인 표본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는 ‘고전’의 연극화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연극 등 공연 작품이 지치고 힘든 분들을 달래주는 것도 좋겠지만, 현대인들에게 정말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결핍’과 반응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짧고 이해가 쉬운 ‘단맛 같은 연극’ 대신에 ‘쓴맛의 연극’을 제공, 삶의 기준점이 실종된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도스토옙스키가 최후의 유작처럼 써낸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는 평생을 그가 집필한 ‘죄와벌’, ‘악령’, ‘백치’ 등 수많은 대작의 모든 사상과 탐욕스러운 지주, 사생아, 하녀, 매춘부, 신학생, 수도원 장로 등 인간의 다양한 스펙트럼이 다 담겨 있다”며 “그것을 개인적으로 문맥화해서 살아가는 기준을 만들어가는 것은 관객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나 대표는 지난 2017년 이 작품을 무대에 올려 국내 최장 시간 공연(7시간)으로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고 이번에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을 기념, 원작의 깊이를 더 충실하게 반영, 무대에 올리게 됐다.
원작은 존속살해와 세 형제의 이야기를 서사로 정념, 이상, 신앙을 각각 대변하는 드미트리, 이반, 알료사 등 세 형제의 행동과 의식을 통해 자유, 믿음, 사랑, 악, 인류애와 구원의 문제를 그리고 있다.
2017년 공연에서도 극중 해설자인 도스토옙스키로 등장, 무대를 압도하는 연기력을 보여줬고 이번 공연에서도 1인 5역을 맡게 된 원로배우 정동환은 “많은 분들이 공연 시간 때문에 연극이 지루할지 모를까 걱정하지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부친살해, 돈, 여자문제가 극의 반을 차지하는, 요즘 말로 하자면 ‘끝내주는 막장 드라마’”라며 “도스토옙스키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그 같은 장치들을 적절히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2017년 공연에는 동료 연기자인 이순재 선생이 1, 2부 7시간짜리 공연을 한자리에서 모두 감상한 후 ‘자리를 뜰 수 없었다’는 말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나 대표는 배우 정동환에 대해 “대사를 잘 외우고, 연기도 잘하는 배우는 많지만 정 선생님처럼 작품의 깊이까지 표현해주는 연기자는 발견하기 어렵다”며 “2017년 공연에 이어 이번에도 주인공 역을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공연에는 러시아 문화와 국가전통을 세계에 알리는 국제 문화 프로젝트 ‘러시아 시즌’의 한국 개최를 주관하고 있는 러시아교육문화센터 ‘뿌쉬낀하우스’도 최근 극단 피악과 MOU를 체결, 후원하고 있다.
‘뿌쉬낀하우스’의 김선명 원장은 “올해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을 맞아 한국 연극계에서 6시간짜리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며,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고전’을 연극화한 극단 피악의 작품 제작을 앞으로도 적극 지원, 향후 러시아 예술이 현대인의 문화적 삶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작품은 1, 2부로 나누어져 3시간씩 총 6시간 동안 공연되며 1, 2부를 개별로 감상하거나 패키지 티켓으로 두 작품을 한번에 예약할 수 있다. 극단 피악은 앞으로도 도스토옙스키의 ‘백치’, ‘악령’, ‘죄와 벌’ 공연을 계획하고 있고, 올해 12월에는 ‘톨스토이 참회록: 안나 카레니나와의 만남’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출처: 이경택 기자ktlee@dnews.co.kr 〈ⓒ e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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